2024. 7. 11. 03:22ㆍ카테고리 없음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거나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을 때 많이 울어봤지만 정작 나의 무대 그림을 그릴 때 눈물을 참기는 처음
지난 수업에서
여러 선생님들과 공동작업을 했다.
강사 선생님이 내주는 제시어에 따라 한장씩 수행하고
그림을 서로 바꾸어 다음 제시어를 수행하는 방식이다.
한 제시어 당 약 10분에서 15분간 그리게 되는데
한가지 제시어를 수행하고 벽에 다 함께 붙이고 그 다음 그림을 그리기 위해 한장씩 골라서 떼어온다.
제시어는 여기저기, 갈팡질팡, 거대한, 당당한...등의 수식어가 붙어있다.
처음 5번째 까지 내가 골라 온 그림의 기준은 가장 옅은색과 넓은 면이었다.
그러다 6번째가 되기 직전 문득 깨닳았다.
"나는 계속해서 안정적인 그림을 찾고 있다."
그리고 옅은색과 넓은 면이 남아있는 그림은 더 이상 없었다.
이제는 나를 깨야 할 때란 생각이 들었고
그 작은 선택에 용기라고 불러주고 싶을 만큼 나의 마음의 요동 소리를 들었다.
가장 진하고 두뇌를 잠시 멈칫하게 할 그림을 선택하자.
가장 나의 호감을 사지 않는 그림을 선택하자.
그래서 검정색 네모가 겹겹이 그려진 그림을 선택하게 되었다.
그리고 마주한 현실 앞에 최대한 집중하고 해결하기로 했다.
환경을 바꾸려 하지 말고 마음을 바꾸자..할 수 있다.
해결해 나갈 수 있다.
꽤나 즐겁고 재밌고 혼란스럽기도 한 수업이었다.
시시때때로 변하는 주제, 선생님들 손에서 따끈따끈하게 변화되어 갓 나온 그림들..
여기저기, 갈팡질팡, 엮이거나, 쿡쿡, 촘촘, 거대한, 당당한, 연결하는
작업할때는 몰입을 한다.
그런데 시간이 짧다.
게다가 수식어들은 서로 다른 성질이며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도 있었다.
짧은 시간에 몰입을 하며 수많은 감정들을 흘려보내려니
이것이 조울증인가 싶을 정도로 주체할 수 없는 감정상태에 놓였다.
내가 그리지 않은 그림을 이어 받아 잠시 깜깜해 지는 눈을 다시 뜨고
되도록 과감한 선택을 해야했고 마주한 현실 앞에서 문제를 해결해나갔다.
환경을 바꾸려 하지 말고 마음을 바꾸자
희한한 경험.
아마도 이번 미술 치료 수업은 내게 작업에서든 심리적인 면이든 분명 큰 변화를 가져다 줄 것 같은 예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