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7. 9. 01:48ㆍ미술 치료/미술치료 이론 공부
"창조성을 이해하는 가장 기본적이면서 중요한 토대는 창조 과정과 창조물을 구분하는 것이다. "
미술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나는 수업 주제에 대한 끊임 없는 고민을 하고 있다.
다행히 소재나 이미지에 대한 고민은 빠졌다.
아이들 각자의경험으로 채워지는 것이므로
(그런데 나의 어릴적 보다 지금 어린이들은 경험이 어느 면에서는 더 적은 것 같기도 하다.
경험이 없어서 그 상황을 이미지화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도 하다. )
내가 주제에 대한 고민을 한다는 것은
아이들과 창조적인 작품을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창조적인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창조적인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려면 주제가 독창적이고 미술재료도 평범하지 않은 것이어야 할것 같았다.
그런데 선생님이 인고의 힘으로 만들어낸 창조적인 아이디어는 결국 선생님의 발전을 가져오고
선생님이 만들어낸 창조적인 생각을 아이들은 실천만 할 뿐이며
선생님은 기발한 아이디어가 의도했던 그대로 만들어지길 원할 때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아이들에게 창의력은 만들어 진 것일까?
새로운 작품제작 경험은 쌓겠지만 진짜 창의력이 생긴다고 볼수는 없을것 같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 - 발명은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다. 기존의 것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지나고 보면 그간 만났던 아이들 중에 창의력이 뛰어났던 아이들은
마니아- 오타쿠와 같은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끊임없이 한가지에 집중하고 얽매이는 태도이다.
어피치 캐릭터 하나에 꽂혀 6개월간 어피치만 그리고 만들고 모든 굿즈의 형태로 재현해 내는 아이.
6개월간 지점토로만 작업하다가 선생님도 해보지 않은 영역까지 들어가 보는 아이.
3호 캔버스화 한 작품을 3개월간 덧칠에 덧칠을 해서 두꺼워진 물감이 캔버스와 분리되어 떼어진 아이.
6개월~1년을 주기로 한 가지에만 꽂혀있던 이 아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평범한 주제이지만 몰입과 되풀이를 해나가던 그 아이들은
-창조적인 주제 선별해 내고
-몰입해서 작업하고
-뚜렷한 완성도를 보여주는 작품을 만들어 냈다.
그 아이들은 이미 알고 있었을까?
창조적인 작품이 꼭 창조 적인 과정에서만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한가지에 몰입해 누구보다도 더 오래 더 깊이 되풀이 했던 그 아이들은 승리했다.
다만, 한 가지씩 고집스럽게 작업하는 아이들은 싸워야 한다.
아이들과 선생님이 아닌...선생님과 부모님이
싸움이라기 보단 설득을 해야한다.
당신의 아이가 정말 잘, 훌륭히 해나고 있다고.
다양하지 않은 작업에 대한 우려대신
인생에 무한한 힘이되어 줄 창조력으로 발전하고 있는 중이라는 확신을 가져보시길!!
나도 이젠 안다.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왜냐면 창조는 과정에서나오기 때문이다.
미술을 전공한 사람이라면 창조에 대한 고민을 안 해본 사람은 없을것이다.
떠오르지 않는 이미나 주제를 가지고 몇날 며칠 혹은
몇달을 걸려 고심한 끝에 하루만에 작품을 완성하는일도 부주기수다.
왜냐면 창의적인 발상과 창조적인 형태가 머리 속에 들어와 앉기 전엔 붓을 들기가 쉽지않다.
그래서 여러 작품을 동시에 진행하기도 한다.
누군가는 무척 쉽사리 떠올리는 것 같은 작업을
내 경우엔 창조에 대한 고통이 심한 편이었던 것 같다.
스쳐가 듯 떠오르는 주제를 찰나에 낚아 챘다면 이제 이미지를 입혀야했다.
머리를 감싸고 밥먹을 때도 걸을 때도
심지어 남들과 대화 할 때도 이미지를 떠올리려 애쓰게 된다.
주제와 이미지가 어느정도 오버랩되면 잽싸게 흰 캔버스 앞에 앉는다.
찰나에 들어온 의미와 이미지가 달아날까봐
유화 물감에 린시드나 테라핀 등을 묻혀 달리 듯 연하게 선을 그어간다.
수없는 형태가 그려졌다 지워졌다 반복하다가...
때론 주제가 바뀌기도 하고 혹은 다른 이미지로 대채되기도 한다.
생각하는데 한달을 쏟았다면 100호 (160*130cm)사이즈 캔버스도
동이트는 새벽 하늘 보기 삼일이면 마무리 될 때도 있다.
물론 수십일이 걸리는 그림도 있긴 했지만 대부분 생각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 적게 걸렸다.
그런데 그 토록 창조적인 작품을 갈망했던 이유는 무얼까?
그 이유는 아직도 뭐라 말 할 수는 없지만
나도 이젠 안다.
어제 보다 조금 나은 오늘이면 된다는 것을.
마음이 가벼워진다....
명언은 처음부터 명언이었는데 내게로 와 꽃이 되기까지 왜 이리도 오래 걸리는 걸까?
아무래도 그 인물들이 명언을 말했던 때도 적지 않은 나이였을것 같다.
오해할 경우 '창조 과정'이 기존의 틀을 벗어나야 하는 것으로 생각 할 수 있다.
뭔가 억눌리고 얽매인것, 보수적이거나 일상적인 것들을 탈패해야만 창조적인 것으로 생각하고
창조과정에서틀을 벗어나려고 애쓰게 되면 그 결과는 파괴적인 행동이나 기괴한 행동으로 귀결될 수 있다.......
하지만 창조 과정과 창조물을 구분할 수 있다면,
굳이 창조과정에서 틀을 벗어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창조 과정에서는 보수적인 행위나 기존의 틀을 유지하되,
그 내용에 있어서 보다 허용적이고 개방적으로 접근할 경우,
우리는 내면의 이야기가 우러나온 창조적인 작품과 만나게 될 것이다.
주리애 [미술치료학]